[하성인 기자] 인류가 만들어 낸 숱한 말들 중에 '기족'이라는 말 만큼 소중하고 가슴 따뜻한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흔히 말해 사랑이 최고일 듯하지만 결국 사랑도 '가족' 안에서 포용하는 것이 사랑일 듯,
줄자로 '어느 게 크고 어느 것이 더 길고 넓다'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단어가 바로 '가족' 이라는 듯, '미워도 밥은 먹이고, 큰소리 내고 결국 마주 앉는 이런 게 가족인가?' 라는 한줄로 가족의 정의를 대변하는 작가 정은숙이 참으로 미묘하고 쉽게 풀이할 수 없는 미지수와 같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창비 出)'이라는 장편 소설을 출간했다.
책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당히 불편한 관계의 사람들이 모여 살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이랄수 있는 선빈은 아빠의 사업실패로 재산을 다 잃게되어 거리에 나 앉을 처지지만, 선빈의 모녀를 받아 들인 할머니로 부터 '가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하게 되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게 된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족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서로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기어이 그 손을 맞잡고 가는 이유를 작가는 '상실의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비단 상실의 경험을 가진 자들에게만 가족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실의 경험은 없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이들의 가족도 소중하다는 것을 코로나로 인하여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배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족 임을 작가는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작품 속 개개인의 사연부터 사회적 현상까지 두루 살피고 있으며, 저마다의 이유로 흔들리는 가족 공동체와 그 안에서 혼란을 느끼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마치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이야기들인 경력 단절 여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될 주제까지 망라하고 있다.
게다가 소설이라는 형식을 갖춰 작가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을 따라 읽다 보면,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이 ‘그래, 사는게 뭐 별거 있겠어.? 이렇게 사는 거지.’라는 솔직한 위안으로 힘차게 나아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체념과 원망을 긍정과 웃음으로 승화하고, 상실의 고통을 함께 껴안는 따스함이 돋보이는 소설로 끝끝내 용기와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야말로 정은숙의 힘이자, 독자들에게 전해 주는 무한한 긍정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정은숙 작가는 서울에서 출생하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2005년 동화 '수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운다면'으로 제4회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부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장편소설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용기없는 일주일'과 소설집 '정범기 추락 사건', '내일 말할 진실' 그리고 동화책으로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어쩌면 나도 명탐정', '명탐견 오드리:추리는 코끝에서 부터', '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발끝에서 부터' 등 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묵직한 주제까지도 폭넓게 다뤄 청소년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성인기자 press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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