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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앞에서 가족을 다시 되새겨 보는 영화 '어느 멋진 아침에'

독문학자 김진숙의 다른 시각으로 영화 보기

등록일 2023년09월12일 23시2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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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평생 독문학자로서 명성이 높았던 게오르그 교수의 집 문은 쉬이 열리지 않는다. 벽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빼곡히 꽂힌 헤겔, 토마스 만, 괴테, 무질 등의 책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지만 그 앞에 앉은 게오르그는 현관문조차 잘 열지 못하는 노인이다.

 

정기적으로 그를 방문하는 딸 산드라는 차근차근 문 여는 과정을 문밖에서 일러주고 나서야 비로소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딸의 눈엔 자주 눈물이 맺힌다. 그러나 아버지는 늘 신경을 써주는 산드라 보다 그의 애인 레일라를 애타게 찾는다. 사랑이란 그런 것인가.

 


이제 산드라는 그녀가 돌보아야 하는 또 한 사람 딸 린에게로 간다. 귀엽고 천진한 린의 뺨을 부비고 입맞추는 사랑을 본다. 몸과 몸이 저토록 맞닿으면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독일어를 불어로 또는 불어를 영어로 통역하는 산드라는 그다지 유복해 보이진 않는다. 딸과 둘이 사는 아파트는 아주 좁다. 파리는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정말이지 콧구멍만한 아파트에 딸의 침실과 거실엔 소파로 집이 여백 없이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좁은 공간도 사랑을 나누기엔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

 


산드라는 우연히 만난 옛 친구 클레망과 가까워진다. 그는 유부남이라 아들이 있는 가정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산드라는 자신의 열렬한 사랑을 조금도 빼거나 더하지 않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사랑의 줄다리기 같은 연애의 기술은 필요 없어 보인다. 딸 린은 엄마의 새로운 남자친구에 대해 우호적이다. 엄마의 남친에 대한 질투 같은 감정은 보이진 않는다. 딸이 클레망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산드라는 린에게 적절한 거리를 두도록 하는데 그 모습이 성숙해 보인다.


노인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건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10년 전 일본여행에서 가는 식당마다 할머니들이 서빙을 해서 그 모습이 생경했는데 이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게오르그의 어머니도 생존해 있다. 온 몸에 번져있는 검버섯과 자글자글 주름진 호호할머니지만 사람들의 동정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몸은 늙었어도 정신이 말짱하면 행복한 일인가.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나.

 


아무리 미루어도 홀로서기가 불가능해지는 시기가 오고야 만다. 병든 노인을 잘 돌봐줄 시설은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족들은 걱정한다. 평생을 성실한 교수로 살았어도 편안하게 쉴 마지막 거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그런가? 적당한 요양원을 찾지 못해 우선 병원에 입원 시키는데 얼마 머물지 않아 강제 퇴원 당한다.

 

우리와는 상황이 좀 다르지 않나. 우리 어머니 입원하셨을 때는 오히려 오래 입원해 있을수록 좋아한다고 느껴졌다. 맨날 무슨 검사인지 피를 한 대롱씩 빼내간다고 불평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게오르그를 병원으로 옮기는데 20년 전에 이혼한 아내가 함께 한다. 우리로선 보기 드문 일이다. 심지어 재혼한 새남편까지 함께 게오르그의 이사를 돕는다. 서로 오가는 대화에서 애정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투덜거리면서도 전남편의 물건을 정리하고 더 나은 시설로 갈 수 있도록 마음을 쓴다.

 

 

가족이란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의 가족은 어떤가. 가수 한대수의 전부인이 약물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거처가 마땅치 않자 재혼한 아내와 함께 세 사람이 한 집에 살았다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였구나 새삼 놀란다.


엄마가 새남편과 사는 집에서 딸들과 손주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 산타가 오실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방으로 들여 보내지고, 창문으로 산타와 순록이 들어오는 모습을 어른들이 소리내어 연기한다. 어이쿠 순록이 피클을 먹네 우당탕 한바탕 연극이 끝나고, 커튼 뒤에서 숨죽이며 즐거워하던 꼬맹이들이 가득 쌓인 선물을 향해 뛰어나온다.

 



▲독문학자 김진숙은...!

중학교 단발머리 시절 친구와 갔던 <남과 여> 미성년자 불가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에 빠지기 시작 그 친구와 지역의 화랑을 섭렵했는데 미술수행평가에 화랑 팜플렛을 제출하라고 해서 그간 모은 팜플렛을 내놓자 미술선생님이 깜짝 놀랐으며,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연극반에 들어가 배우로 활동했고, 카라얀이 생전에 방한했을 때 졸업여행을 포기하고 그 비용으로 티켓을 구매해 카라얀 생전에 그가 지휘하는 음악을 직접 듣기도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만난 뷔히너의 <보이체크>로 문학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 후 독일현대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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