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선박이 최근 중국 근해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 대놓고 러시아에 불법으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4개월 동안 이런 의심스러운 항해를 한 선박만 8척에 이른다.
최근 중국 근해에서 발견된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은 유조선인 천마산호,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지난 1일 중국 닝보-저우산 항에서 북동쪽으로 약 130km 지점에서 잠시 신호를 발신한 뒤 사라졌다.
북한 제재 대상 유조선 천마산호가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1일 위치 신호를 노출했다. 자료=MarineTraffic
VOA 보도에 따르면 이 지점은 인근 중국 섬에서 동쪽으로 약 38km 떨어진 해상으로, 천마산호는 뱃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곳에 나타나기 전까지 어떤 항적도 남기지 않았다는 건 천마산호가 선박의 위치 정보를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의심스러운 운항을 한 선박은 또 있다. 천마산호와 마찬가지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화물선 지성 8호는 현지 시각 4일 중국 산둥성 동쪽 끝자락에서 남쪽으로 약 70km 떨어진 해상을 운항 중이었다.
지성 8호가 산둥성 해안선을 따라 남서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돌연 위치 신호가 사라졌다. 이는 이 지점에서 AIS가 꺼졌다는 의미로, 이후 현재까지 지성 8호의 위치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천마산호와 지성 8호 등 27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했다.
특히 천마산호와 지성 8호 등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었다.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가 높은 조치였다.
이처럼 국제사회 제재로 사실상 공해상 운항이 금지된 이들 선박 2척이 어떤 이유에서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 해상에서 AIS 신호를 노출했는지 의문이다.
현재로선 이들 선박이 중국 근해에서 불법 선박 간 환적 등 불법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10월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북한이 여전히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방식을 동원해 불법 유류 수입과 석탄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선박들이 중국 영해 혹은 인근 해상에서 중국 선박 등과 불법 환적을 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 자료도 공개했다.
유엔의 대북제재 선박은 최근에도 중국 근해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중국 영해에서 발견된 제재 선박은 지성 6호와 남산 8호, 성관호, 안산 1호, 유선호 등 총 6척으로 여기에 이번에 발견된 2척을 더하면 지난 약 3개월 동안 중국 영해 등에서 발견된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은 모두 8척으로 늘어난다.
AIS 신호를 아예 켜지 않고 중국을 드나든 경우까지 합치면 실제 이런 선박은 8척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무부 대변인은 “안보리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도록 계속 압박하고 있다”라며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우리는 유엔 내 외교, 북한 주변국과의 외교 등을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를 이행하도록 계속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상 기자 disf@dis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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