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희 기자] 예술계에서는 청년과 청소년이 주요 소비층인 작품을 ‘영어덜트(Young-adult)’ 예술이라고 부른다. 영어덜트 연극 제작집단 공놀이클럽(대표: 강훈구)은 2024년 선보일 '안 착한 청소년극 극장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순서로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을 8월 2일(금)부터 11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서동민 작가가 2021년 서울연극센터 PLAY-UP 아카데미희곡창작 워크숍에서 초고로 집필한 희곡으로 2023 국립극단 [창작공감: 희곡]에 선정되어 낭독 공연과 멘토링 과정을 밟는 등, 4년간 개발 과정을 거친 심도있는 희곡으로 거듭났다. 단막극, 소설, 웹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는 서동민 작가는 첫 번째 장막 희곡에서, 데뷔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 탄탄한 필력과 치밀한 구성을 선보인다.
극은 재개발을 앞둔 2010년의 서울 은평구의 연립주택에 사는 가족 구성원 각자가 품고 있는 서로 다른 욕망을 들춰낸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빠의 커밍아웃을 막아야 하는 20살 재수생 ‘은빈’의 이야기는 우리가 직면한 윤리적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퀴어 정체성을 가진 인물의 삶을 전통적 가족 서사 안에 녹여내는 이 희곡은, 좋은 삶이 무엇인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한다.
서동민 작가와 연출가 강훈구, 그리고 공놀이클럽의 배우들도 ‘은빈’처럼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성년을 맞은 청년이다. ‘3포 세대’, ‘MZ세대’ 같은 세대론에 포획되어 소비되는 청년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별청년의 균질하지 않은 삶을 들여다보는 연극을 제작해온 공놀이클럽은, 이 연극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신나는 공놀이처럼 관객에게 유쾌하게 던진다.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에는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재능있는 4명의 배우 김솔지, 남재국, 류세일, 박은경 배우가 함께하며 이번 연극에서 배우들은 하나의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놀이-연극의 ‘플레이어’가 되어 고정된 배역 없이 돌아가며 다역을 ‘수행’한다.
시시각각 규칙이 바뀌는 공놀이처럼, 시시각각 역할이 바뀌는 연극놀이처럼, 플레이어들은 딸이 되었다가, 오빠가 되었다가, 다시 엄마가 되었다가, 할머니가 된다. 마치 장난처럼, 젠더와 연령을 유쾌하게 교차하며 횡단하는 배우들의 놀이-플레이는, 관객에게 서로 다른 입장을 짐작할 수 있는 잊지 못할 연극적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본 공연은 만 13세 (중학생) 이상 8월 2일(금)부터 8월 11일(일)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공연시간은 110분, 입장료는 전석 4만 원이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8월 4일(일)에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공연 관람 후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소감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 자세한 예매 방법 및 공연 안내, 홈페이지(theater.ark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