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클레클레디클레디아 포르니오의 첫 국내 개인전에서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포르니오(사진=하성인기자)
[하성인 기자] 새로움을 갈망하는 예술가에서 새로운 소재만큼이나 설레이게 하는 또 다른게 있을까 싶게 작가는 소재를 늘이고 붙이고 꺽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MASHENUP으로 상이한 요소를 결합하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클레디아 포르니오'의 개인전이 국내 화랑가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태원에 위치한 KONIG SEOUL(쾨닉 서울)은 26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Clédia Fourniau(클레디아 포르니오)의 국내 첫 개인전 MASHENUP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16점의 회화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이질적인 곡을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창조하는 음악적 개념 '매시업(mash-up)'을 담고 있으며, 작가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미지, 재료, 제스처가 어떻게 복잡하고도 일관된 전체로 결합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MASHENUP은 이러한 용어를 유희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회화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해와 오류의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그에게 있어 '실수'는 이해와 창조의 새로운 경로를 열어주는 생산적 동력이 된다.
이전의 전시와 비교할 때, 포르니오의 최근 작업은 더욱 간결하고 고요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MASHENUP에서 이러한 절제된 표현의 작품들은 보다 대담하고 선명한 색감의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며 의도적으로 이질적인 구성을 취한다.
▲클레디아 포르니오(사진=하성인기자)
모든 작업은 주황색이나 색이 칠해진 테두리를 공통 분모로 삼아 서로 연결되어 시각적 및 공간적 리듬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추상회화의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를 반영하며, 각 작품은 더욱 확장되고 상호 연결된 장기적 대화의 일환이 된다.
추상에 대한 포르니오의 접근은 자연주의적 재현과는 무관하다. 그 대신, 작가는 현대적 삶의 복잡성과 모순을 깊이 파고들며 형상, 재료, 색상, 낙서, 이미지 등을 통해 그 모호함을 포착해낸다. 여러 캔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하며, 그는 즉흥적 표현과 신중하게 통제된 형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포르니오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유화, 은색 및 금색 메탈릭 안료, 무광 마감재 등 새로운 재료를 도입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확장했다. 일부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반면, 다른 작업은 회색조와 점점 희미해지는 미묘한 톤을 드러낸다.
이러한 대비는 전시장 내에서 상반된 분위기와 에너지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은회색의 린넨 캔버스는 주변 환경에 따라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듯 엄숙한 느낌을 자아내는 동시에 변화무쌍한 생동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태원 갤러리 '쾨닉'에서 열린 '클레디아 포르니오' 개인전에서 (사진=하성인기자)
반사되는 표면에 대한 깊은 관심은 포르니오의 회화에서 중심적 요소이다. 작가는 관객의 시각에 따라 변하는 레진, 금속성 안료, 진주빛 운모를 활용해 움직임과 정지 상태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재료는 관람자가 작품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그들의 존재를 회화 내부와 통합한다.
반사되는 표면은 은유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도구로 기능하는데,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본다"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상기시킨다. 포르니오의 회화는 관객이 작품의 관찰자이자 참여자가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찰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는 재료와 과정에 대한 포르니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하기도 한다. 미국 화가 로버트 라이먼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캔버스, 안료, 심지어 준비 과정에서 사용된 풀의 물리적 특성이 어떻게 최종 작품을 형성하게 되는지 탐구한다.
이번 전시의 대형 회화에서 작가는 제대로 바르지 않은 토끼가죽 아교로 생긴 불규칙한 선을 기초 구조로 삼아, 우연의 흔적이 회화의 형태와 구성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형태가 작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의도와 우연의 상호작용은 전시 전반에 걸쳐 나타나며, 포르니오는 통제와 즉흥성의 힘 사이를 끊임없이 조율한다.
▲이태원 갤러리 '쾨닉'에서 열린 '클레디아 포르니오' 개인전에서 (사진=하성인기자)
포르니오는 폭넓은 예술적 어휘를 의도적으로 차용하며 회화사와의 대화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기하학적 선, 점, 제스처의 흔적, 얼룩, 투사 형상 등의 모더니즘적 형식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작가의 작품은 미니멀리즘적 및 명상적 추상으로 잘 알려진 단색화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MASHENUP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주변 공간의 개념을 탐구하는데, 포르니오는 전통적인 구성에서 보통 간과되는 캔버스의 모서리에 주목한다. 이 작고 은밀한 공간은 기억과 편안함을 불러일으키며, 미세한 디테일조차도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더 나아가 중심부와 주변부간 대화를 촉진하며, 특히 표현주의 회화와 관련해서는 표면의 위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도록 한다.
작가의 신작은 관람객에게 회화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며, 여유롭고 사려 깊은 반응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포르니오는 영웅적 제스처와 거창합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작품을 제시한다. 이들은 주로 작가의 개인적인 삶과 관계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의 물성, 과정, 그리고 추상에 관한 탐구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클레디아 포르니오(Clédia Fourniau, b.1992 in Paris)는...
현재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엔사마 올리비에 드 세레스 미술 디자인 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파리 고등예술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클레디아는 캔버스나 천 위에 아크릴 물감, 운모(광물), 레진을 사용해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러한 반짝이는 표면에 비친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의 내적 대화를 이끌어 내는 작업을 지속 해오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근본적으로 재료와 과정에 의존하며, 스튜디오에서 물감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행위와 그에 따른 확장성, 예측 불가능한 일시성에 기반을 둔다. 클레디아의 회화에 대한 접근 방식은 형식적이면서도 통제된 동시에 우연성과 불확실성 사이를 오가는 특징을 지닌다.
작가는 2021년과 2022년에 Carré sur Seine와 Sisley Beaux-Arts de Paris 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으며, Amis des de Paris 장학금을 받았다.
독일 베를린의 쾨닉 갤러리(2023)과 프랑스 오베르빌리에 위치한 Poush(2023), 중국 상하이의 BLANK갤러리(2023), 프랑스 파리의 페르노 리카르 재단(2022), 발루아 갤러리(2022), 시슬리(2022), Fonds de Dotation Weiss(2022), Paris-B 갤러리(2022), 프랑스 클리시의 Double Séjour(2021)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2023년에 그녀는 Societé Générale Art Collection 에 합류했으며, FRAC 오베르뉴(프랑스)에 그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