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말을 실감나게 느낄수 있는 블랙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열연을 보이고 있는 김상경.정연과 민영기,임강희(사진=하성인기자)
[하성인 기자] 지식인들의 민낯을 폭로하는 유쾌한 블랙코미디 '대학살의 신'이 1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프레스콜을 가졌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연극 '대학살의 신'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으로 5년 만에 돌아온 다섯 번째 시즌에는 김상경, 이희준(미셸 役), 신동미, 정연(베로니끄 役), 민영기, 조영규(알랭 役), 임강희(아네뜨 役) 등 매체와 무대 전방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력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상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시니컬하면서도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민영기, 조영규)과 아네뜨(임강희)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김상경, 이희준)과 베로니끄(신동미, 정연)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는 자녀를 둔 부부의 문제를 다루는 듯 하지만 결국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표출하게 되면서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씁쓸함을 더해 주고 있다. 미셀역의 이희준과 알랭역의 조영규(사진=하성인기자)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인 중산층 가정의 두 부부는 고상하게 예의바르게 자녀들의 폭행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되면서 결국엔 엉뚱하게도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한 마디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 것이지만, 연극을 보는 내내 두 부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한 편의 시트콤을 보듯 폭소와 함께 바라보던 관객들은 어느덧 자기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됨과 동시에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민낯 그리고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가려져 있었던 인간 근본의 가식, 위선, 유치, 치사, 허상을 적라나하게 보여 주고 있다.
▲피해자녀의 아버지役 미셀 김상경(사진=하성인기자)
한마디로 연극은 특별한 무대 전환도 없이 기상천외하게 술과 욕이 난무하는 두 부부의 싸움판으로 변질된 상황을 자신들은 알지 못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웃고픈 현실과 직면, 관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아 내고 있다.
이러한 재미와 관객들의 찬사는 곧장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2010년 국내 초연되었을때는 대한민국 대표 시상식 대한민국 연극대상(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여우주연상) 등 국내 권위 있는 연극제 주요 부문 상을 모두 휩쓸며 2010년 최대 화제작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011년, 2017년, 2019년 4시즌 동안 공연되었고 이번 공연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2011년에는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등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다.
▲피해 엄망역 베로니끄 역을 맡은 배우 정연(사진=하성인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훈 연출가는 "극중 등장 인물인 두부부가 벌이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신의 욕망 때문에 다른 이들을 좀 짓밟고 무시하고 깔보며 자기 이득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는것 자체가 어찌보면 '학살'이라고 보여 지며, 이는 우리의 정신과 가슴속에 늘 언젠가는 당하고 살아야하는 것-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라며 조심스럽게 연출의도를 밝혔다.
14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김상경은 극중 미셸이라는 인물을 통해 평화주의자인 척 하지만 성격장애를 가진 가장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 동안 영화를 하다 틈이 날때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지내다보니, 연극에 소홀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연극이 있었다"면서 "인연이 닿아 이렇게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되었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대학살의 신'에서 인간의 본래의 본성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가해자 엄마인 아네뜨(임강희)가 모든 걸 토해내면서 고학력에서 오는 교양과 품위, 부유함, 권위나 자신감 등 이중성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사진=하성인기자)
배우 이희준 역시 이번 '대학살의 신'을 크게 공감하면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10번 넘게 볼 정도로 빠져 있다가 급기야 5년전 네부부가 싸우는 이야기를 써서 최근 45분짜리 중편 영화를 찍었다"며 '대학살의 신'에 대한 애증을 드러내었다.
▲하이라이트 공연을 마친 뒤, 김태훈 연출가가 5년만에 찾아온 극의 흐름에 대해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하성인기자)
또한 정연 배우는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요즈음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볼수 있는 기회가 될것으로 보며, 정말 후회 없이 1시간 반을 굉장히 즐겁게 즐기실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것"이라고 했다.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연극 '대학살의 신' 전 출연진들(사진=하성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