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앤 웨슨사 제품인 357 매그넘 리볼버 권총. 미국 최대 권총 제작사인 스미스 앤 웨슨은 한때 미국 정부의 총기 규제안에 동의했다가 업계 전체가 반발하는 바람에 동의 방침을 철회했다. (Photo by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 2015.12.0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focus.kr
[더 코리아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이후 세 번째로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35명의 사상자를 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고 “미군은 테러범들이 어느 나라에 있든 끝까지 추적해 파괴할 것”이라고 테러 척결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의회를 향해 차제에 제발 총기 규제법을 마련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총기규제 호소 연설 이후 총기 관련 주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국 최대 권총 생산업체인 스미스 앤 웨슨의 주가는 7.64%, 또 다른 총기제작사인 스트럼 루거의 주가는 5.85% 올랐다. 지난 2일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날 이후로 따지면 스미스 앤 웨슨과 스트럼 루거의 주가는 10% 이상 상승한 셈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아무리 호소하더라도 좀체 실현되지 않는 미국의 총기규제, 그 속사정을 미국 언론의 분석을 토대로 짚어본다.
◇총기규제란 무엇인가?
“총기 규제”는 △어떤 종류의 총기를 사고팔 수 있는지 △누가 총기를 소지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총기가 보관되거나 휴대될 수 있는지 △구매자를 심사하기 위해 판매자가 어떤 의무를 지는지 △판매자·구매자가 정부에 총기거래를 신고해야 하는 어떤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규제를 폭넓게 가리킨다. 이 용어는 때로 관련 사안을 지칭하는 데도 쓰인다. 이를테면 △실탄과 탄창의 형태 △총 주인이 쥐었을 때만 발사되는 기술 같은 것에 대한 규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근년 들어 총기규제를 둘러싼 토론은 △구매자에게 공공장소에서의 총기휴대를 허용하는 근거가 되는 배경조사 △공격용 소총 소지 허가 여부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왔다.
◇총기규제의 현 상황은?
미국 연방 법률은 이런 사람들의 총기 소유를 금한다. (1)특정한 범죄 전과나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 (2)법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이민자 (3)불명예 전역한 예비역 군인 (4)파트너나 파트너의 자녀에게 영원히 접근하지 말라고 법원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사람 등이다. 연방 법률은 총을 사려는 고객이 이런 금지 부류에 속하는지 연방수사국(FBI)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총기 판매상이 점검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이 점검 시스템은 범죄 사건을 전부 망라하지 못하는 등 허점이 있다. 특히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총기를 구입하는 것을 제대로 차단할 수 없어 문제다. 법률에 따르면 특정인을 정신 질환자로 규정하려면 해당자가 정신 질환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법원 판결은 좀체 내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신이 매우 혼미하다”는 지적을 받는 사람도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연방 법률은 공격용 소총과 고성능 탄창의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그 법률은 실효되었고 현재 갱신되지 않은 상태다. 몇몇 주에서는 여전히 주 차원에서 공격용 무기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총기 규제는 주 수준에서 실시된다. 뉴욕, 뉴저지, 메릴랜드, 하와이, 로드아일랜드,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주가 가장 엄격하다. 총기를 소유하려면 면허나 허가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총기 휴대 관련 법률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면허나 허가 없이도 공개적으로 총기를 휴대할 수 있게 허용한다. 몇몇 주에서는 총기를 숨겨서 휴대하더라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다. 숨겨서 휴대하자면 대부분의 주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주의 대다수는 은닉 휴대를 원하는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허가를 내준다. 교정과 예배시설 같은 특정한 환경에서의 총기 소지에 관한 규칙 역시 주마다 다르다. 예컨대 로드아일랜드 주에서는 은닉 휴대 허가를 받은 사람은 총기를 공립학교 구내로 가져갈 수 있지만, 이웃한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그러려면 학교 간부로부터 서면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학교에서 그런 허가를 내주는 일은 좀체 없다.
◇법 집행 당국들에서는 총기규제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가?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자들 역시 문화적·지역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대체로, 대도시 경찰서장들은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편이고, 작은 마을의 경찰서장과 보안관은 반대하는 편이다. 지역적으로는 북동부가 남부와 서부보다 총기규제를 더 지지하는 편이다. 인적이 드문 지역을 관할규역으로 많이 포함하는 ‘전국보안관협회’는 미국 헌법 수정 제2조에서 보장한 총기휴대 권리를 박탈하는 어떤 법률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중은 어떤 입장인가?
총기난사 사건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엄격한 총기규제 법률에 대한 대중의 요구는 지난 25년에 걸쳐 오히려 약화돼 왔다.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총기 규제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짝 하고 일 뿐이다. 총기규제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극명하게 견해가 갈리는 이슈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민주당원의 다수와 집안에 총을 갖지 않고 있는 사람은 규제강화를, 공화당원의 다수와 총기 소유자들은 규제완화를 각각 선호한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총기를 가진 사람이든 안 가진 사람이든, 대중의 압도적인 다수는 보편적인 배경조사를 지지하며, 정신질환자의 손에 총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조처를 지지한다. 다수는 또 총기 판매를 추적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데이터베이스 창설, 그리고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를 선호한다.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논거는 무엇인가?
이것은 원칙, 법률, 그리고 실현 가능성으로 귀착된다. 총기 권리 옹호자들은 무기 소유를 개인의 권리로 파악한다. 그들은 사냥, 자기방어, 스포츠를 위해 또는 단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스스로 무장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토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미국 건국 초기인 18세기에 제정된 다음의 미국 수정헌법 제2조다. “잘 규제되는 민병대는 자유국가의 안전에 필수적이므로, 사람들이 무기를 유지하고 소지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이 조항이 총기 소유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며, 총기 반대론자들은 그 조항이 민병대를 통한 사람들의 집단적인 권리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비록 종종 집단적인 권리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보였지만, 여러 세대 동안 미국 대법원은 그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하기를 피해왔다. 하지만 2008년 대법원은 사상 처음 찬성 5 반대 4의 결정을 통해 수정헌법 제2조가 총기소지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런 판정을 내렸지만, 그런 권리에 대해 어떤 종류의 제한을 가할 수 있을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총기 소유자들은 △무기가 실제로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며 △사람들에게 자기를 방어할 힘을 주고 △무장할 수 있는 사람들을 범죄자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특히 무장한 시민은 총기난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논거는 무엇인가?
이런 주장은 먼저 수를 들먹인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총기소유가 훨씬 많으며 총기를 이용한 폭력사례도 훨씬 많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3년 미국에서 3만3000건이 넘는 총기 관련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살인의 70%(1만1208건), 자살의 절반 이상(2만1175건), 그리고 사고사 및 미해결 사망 사건 수백 건이 총기로 인한 것이었다.
선량한 시민들에게 여전히 총기 소유를 허용하면서도 △총기 수 감축 △총기소유자에 관한 기록 개선 △구입·소지·보관에 대해 약간의 제한을 추진하면 총기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개인에게 바주카포나 기관총으로 무장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반의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만큼, 이런 주장은 대중을 무장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분별 있는 제한을 설정하자는 것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총기 권리 옹호자들이 “무장한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더 안전해진다”라고 말한다면, 총기규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 반대가 진실이라고 맞받아친다. 더 많은 사람이 무기를 갖고 다닌다면 일상적인 말다툼이 총질로 이어질 확률이 그만큼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딱히 어느 쪽 주장이 더 맞는다고 입증할 자료를 찾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총기규제는 왜 유야무야되었나?
전미총포협회(NRA)가 이끄는 총기 권리 옹호자들은 정치인들이 맞서기를 두려워하는 막강한 로비를 형성한다. 정치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에게 총기 권리는 핵심적인 표결 사안이며 감히 넘고 싶지 않은 선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탄식했듯이, 그러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총기 규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왕왕 진실성이 약하다.
이들 옹호자는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 같은 대형 참사가 터져 총기를 규제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면 “지금은 그 문제를 놓고 토론할 때가 아니다”라는 식의 주장을 펴서 물타기를 시도한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그렇게 제의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적법한 총기 소유자에게서 총기를 빼앗아 가기를 원한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총기 소유자들이 계속 그런 줄 믿는다.
총기 로비는 근년 들어 더 단호해졌다. NRA 간부들은 “총기를 든 악당을 막는 유일한 길은 착한 사람이 총을 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미국 정치의 당파성이 매우 심화되는 것과 동시에 지역적 분열도 더 공고해졌다. 그 결과, 총기규제는 갈수록 당파적 이슈가 되어 공화당은 반대 일색이다. 현재 공화당은 미국 연방하원과 대부분의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 의회가 2013년 새로운 총기규제를 입법했을 때 총기 권리 단체들은 그 법안에 찬성한 민주당 소속 주 상원의원 2명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그들은 강화된 총기규제 법안에 서명한 민주당 소속 주지사 2명, 즉 콜로라도의 존 히켄루퍼와 코네티컷이 매널 말로이를 상대로 낙선운동을 집요하게 펼쳤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까스로 재선되었다.
총기로비의 위력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는 스미스 앤 웨슨이 총기 폭력 사건을 놓고 정부와 법률적으로 화해하는 과정에서 몇몇 규제방안에 합의하자 2000년 전체 총기업계가 반발하고 나온 사건이다. NRA가 스미스 앤 웨슨 불매운동을 전개하자 이 회사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스미스 앤 웨슨은 여타 총기 생산업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정부와 이룬 합의를 번복하고 항복했다.
총으로 무장한 개척민들이 건설했고 헌법에 무장할 권리가 명시된 미국에서 제대로 된 연방차원의 총기규제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포커스뉴스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scottnearing@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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