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인 기자]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의 신작 오페라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5월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일반 예매 시작 이후 공연계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세계 주요 오페라 하우스들이 창작 오페라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가운데, 예술의전당의 이번 신작은 동서양의 서사를 융합한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 세계 무대 진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술의전당의 위촉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물과 관련한 재앙이 계속되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다. 기존의 질서와 이성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 세계에서, 물시계 장인이 왕국으로 불려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스티븐 카르(Stephen Carr)는 국제 오페라 무대와 교육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는 "인간은 오랫동안 물을 돌로 막고 통제하려 했지만, 시간 앞에서는 가장 단단한 돌조차 물에 의해 깎인다"라며, "이 작품은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도 균형을 찾아가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라고 밝혔다.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Mary Finsterer)는 이번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 다성음악부터 현대 전자음향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리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녀는 “이 작품은 소리, 기억, 운명을 통한 여정이며, 21세기 동화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작품”이라며, “한국 전통 악기 거문고를 작품에 접목해 문화적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로운 음향적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서사를 담당한 극작가 톰 라이트(Tom Wright)는 호주 국립극단을 비롯한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온 드라마터그이자 작가이다. 그는 “이 작품은 덧없음과 실재, 이성과 혼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설명했으며, “물은 작품의 중심에 있으며, 시간과 영혼, 기억과 회복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은 음악, 무대, 의상 등 전 영역에서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공존하는 신선한 시도를 선보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다수의 신작을 지휘한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서사의 전개에 따라 음악도 함께 변화하며,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음향의 대비를 통해 과거와 미래, 질서와 혼돈이라는 작품의 근본적 대립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라틴어, 영어, 한국어가 겹겹이 쌓인 다층적 가사는 시간과 언어에 대한 탐구를 더욱 심화한다.
무대 디자인은 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찰스 머독 루카스가 맡았다. 그는 날카롭고 각진 돌과 부드럽게 흐르는 물이라는 대비되는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풍부한 무대적 상상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프로 극장에서 유일한 한국인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김환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미니멀리즘 의상으로 각 인물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여백의 미학을 구현한다.
예술의전당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코엑스 전광판을 수놓은 ‘파도’(작품명 WAVE)로 유명한 디스트릭트(d'strict)의 ‘아르떼뮤지엄’과 특별한 협업을 진행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오페라극장 무대 위에서 아르떼뮤지엄의 대표적 미디어 작품인 ‘스태리 비치(Starry Beach)’를 만나볼 수 있다.
물을 주제로 한 압도적인 영상미는 관객을 작품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며 깊은 예술적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관객들에게 오페라 속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상상력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신선한 볼거리를 안겨주려는 양 사의 비전과 목표가 맞아떨어져 성사된 것으로, 순수예술과 미디어 기술의 아름다운 협업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글로벌 극장 진출을 염두에 둔 이번 작품과 중국(청두), 미국(라스베이거스, 뉴욕) 등 해외로 확장하고 있는 아르떼뮤지엄이 만들어 낼 시너지가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프리미엄 조향 컨설팅 브랜드 '센트 바이'가 스태리 비치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만든 향기를 관객들이 시향 할 수 있도록 하고, 공연의 감동을 향기로 추억하고 간직할 수 있도록 굿즈 상품도 판매한다. 관객들이 보고 듣는 것을 넘어 향기까지 느끼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경험의 접점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Mary Finsterer)의 음악 안에서 ‘장인’과 ‘공주’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오페라 극 전체를 끌고 나간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사회 안에서 수동적 인물로 그려지던 오페라 문법에서 벗어나 이번 작품 속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히로인으로서, 장인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등장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주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황수미는 “물과 시간에 갇혀 있던 공주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 오페라는, 현대적인 선율 속에서도 동양적인 이미지가 살아 있는 작품”이라며, “영어 오페라에 처음 도전하는 데다 세계 초연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있지만, 그보다 설렘과 기대감이 앞선다.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장인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오페라 작품의 전통적인 여성 이미지를 넘어, 영웅적인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맡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라며, “음악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라 초연까지 열심히 갈고닦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예술의전당은 오페라 관람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할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했다. 5월 8일(목) 오후 7시에는 드라마터그 이단비의 해설로 예술의전당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한 프리렉처가 진행되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4월 25일(금) 오후 2시부터 모집을 시작한다.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영상화하여 추후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작품의 주요 소재가 ’물‘인 만큼 프리미엄 생수 ’몽베스트‘를 후원받아 연습 기간 동안 성악가들은 물론 합창단, 연주자, 스태프들에게 제공하고 모든 관객들도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해 두어, 오페라의 세계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음악, 서사, 무대예술의 세 축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세계적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손색없는 수준 높은 K-오페라로서 한국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