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경주 남산아래에서 탯줄을 자른 탓인지 오래전 서라벌여인의 한(恨)과 꿈, 그리고 사랑을 담고 태어나 그가 바라던 반가여인의 그리움을 담아 펴낸 첫번째 시집 '그 여인의 실루엣'에 이어 이번에는 '오늘은 더욱 낯설어'라는 시어로 두번째 시집을 펴냈다.
시인이 찾고 그리던 반가 여인을 만나 살아보니, 이게 아닌가 싶기도 한 걸까? 아니면 아직은 못 찾은 건지?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그 속에 선 이가 반가 여인이 아니였을까?
그렇게 해서 매일 바라보는 그 여인이 낯설어 보인탓일까?
모든게 익어서 결실을 맺는 가을날에 시인은 자신이 가을 같고 가을이 자신과 같다는 말을 되뇌이며, 맑고 맑은 경주의 파란하늘을 자신의 기억속에 담았다가 꺼내어 보면서 젊은 날을 한없이 회상하고 있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인은 아직 여물지 않은 거울속의 자신을 설 익었다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빌딩 숲에 납작해진 도시의 땅 집에서 시인은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통해서 오늘을 찾아 보며, 낯설어 하고 있다.
이러하듯, 시인이자 평론가인 김동원 선생은 시인 임향식의 시에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그가 몇 겁(劫) 세월을 되뇌이며 오늘의 경주에서 살아가는 서라벌 여인의 향(響)이 베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즉, 김동원 평론가가 말했듯이 서정과 감성을 통해서 사랑과 이별, 고향과 동무들, 여행과 단상(斷想), 바람과 구름 그리고 그가 찾고자 하는 반가 여인에 대한 그리움 등이 세련된 은유의 시어와 시법으로 노래하고 있다며 격찬하고 있다.
수축과 이완 밀당의 고수죠
너무 울리지는 말아요
슬픔이 뼛속까지 파고 들어요
...
해초들의 퍼포먼스
아이 어른
수영복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주름속으로 뛰어들어요
따라가면 안 되는데...
펴는 건 좋아요
제발 쭈그리지 말아요
당신 닮으면 내 얼굴 책임질래요?
(중략, 시인의 '아코디언' 중 일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아코디언에 비유한 걸까? 어쩌면 모든 이들이 살아가는 참 모습이 아코디언과 같은 걸 깨달은 걸까?
그러면서도 삶이란 어쩔수 없이 닮아가고, 쫓아가고 있지만... 오늘이 낯설어 보이는 것은 시인만의 감성이 아닐것같기에 우리는 임향식 시인이 억겁의 세월을 이겨 내며 뱉어 낸 시들이 우리의 가슴에 알알이 박히는 지도 모르겠다.
찬바람 눈보라에도
쉼없이 술렁이던 그것이
꽃잎의 태동이었네
우수 경칩 지났으니
꽃 피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왜?
그렇게들 놀라나
(중략, '내시경'중에서)
▲시인 임향식
그러면서 시인은 담담히 쓸어 내리고 있다.
왜? 그렇게들 놀라나 라면서 낯설어도 태연한 척, 시인은 야무지게 말하고 있다.
시인의 시작노트에서 보듯이 시인은 신라 천년의 보물들이 즐비한 경주 남산에 태어난 탓이련지 그의 시선마다에는 신라 천년의 미와 예술, 그리고 선비들의 호흡이 담긴 이요당과 산수당을 통해서 풍류와 반가여인의 법도를 익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 놓은 시집 '오늘은 더욱 낯설어'는 당연하리 만큼 추억의 복원과 불교적 미의식을 바탕으로 녹여낸 심상을 자신만의 시(詩)로 까칠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토해 낸 시인 임향식은 2014년 '한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 2017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에 당선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대구문인협회, 수필사랑문학회 회원, 텃밭 시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그 여인의 실루엣'에 이어 '오늘은 더욱 낯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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